거시기라는 말은 품사를 뛰어넘는다.
문장 어디에나 맘대로 쓰이는 듯하다가도 나름의 규칙을 갖고 있는 것도 같다. 아마도 우리가 아직 파악하지 못한 규칙에 의해서 쓰이기 때문에 "관용적" 표현이라는 식으로 얼버무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영화 황산벌에서 백제군의 작전회의를 염탐한 신라군이 이 "거시기"의 의미를 번역하느라 전문가 집단을 운영한다. 결국 해석 실패.
그런데 이런 단어는 그 이후에도 계속해서 생겨난다. 그것도 넷상에서 한 개인이 만들고 순식간에 퍼진다.
PC통신 나우누리에서는 "스타쉬피스"가 태어났다.
마침 원문을 퍼놓은 곳이 있는데, 이것만 읽어서는 머리만 멍해질 뿐이다.
스타쉬피스 원문보기
"스타쉬피스"에 대한 단어 풀이는 대략 이렇단다.
풀이보기
스타쉬피스 이야기는 "빨간 당구공" 이야기와 거의 유사한데, 뭔가 숨겨진 반전을 기대하고 읽던 독자를 놀려먹는 일종의 허무개그다. 비슷한 이야기들이 여기 있다. 물론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이 이야기를 통해 "스타쉬피스"가 넷상에서는 한 때 "거시기"의 자리를 차지했다는 거다.
"아햏햏"도 있었다. 이 단어는 "방법", "압박" 등의 단어와 함께 생겨나 한 시대의 "거시기" 자리를 쥐었다. 디씨인사이드를 대중적으로 알린 계기가 이 단어 아닐까나.
이 단어는 그 쓰임새보다는 발음법이 더 관심을 끈다. 언어학을 공부하는 내 지인은 [아해핻] 또는 [아해ㅎ핻](독일어의 Ach 발음) 두 가지 모두 허용해야 한다고 하던데, [아해해], [아해탣] 정도가 아닐까 싶다. 자세한 내용은 위키로..
"꽁기꽁기"는 양영순의 아색기가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고 있다.
more..
이런 단어들은 왜 사랑을 받는 걸까. 맘대로 썰을 풀어보자.
좌파적 시각
피억압자의 자기 검열의 결과, 은어의 기능을 활용한 의사소통 기제가 발달하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맥락을 상세하게 공유하는 소수에 의해서만 해독이 가능한 "거시기" 계열의 단어이다. "거시기"가 전라도 사투리이고 그 밖의 단어들도 상대적 소수이며 암묵적인 유대관계에 있던 CUG 유저, 폐인들에게서 나왔다는 점에 착안.
허무주의적 시각
인생 자체가 확실한 게 없는데 그런 상황을 표현할 단어가 없을 리 없다. 이와 같은 어휘는 자신의 감정, 주변의 사건과 사물을 모두 뭉뚱그리면서 품사 구분조차 무시하는 해체의 상징이다.
기능주의적 시각
이미 누구나 알고 있는 것을 구체적인 단어와 긴 설명으로 재차 표현할 필요가 없다. "당신이 아는 바로 그것"이라는 의미로 기능해주는 최소한의 합의된 단어가 있으면 된다. 말하자면 계속해서 새로운 data를 가리키는 효율적인 pointer일 뿐이다.
일단 여기까지. 생각나면 또 추가.
(쓰고나니 허무하네-.-;)


